2019년까지만 해도 미국 여자 프로축구를 잘 알지 못했던 미셸 강은 불과 몇 년 사이 미국과 유럽의 축구 구단을 소유한 억만장자 구단주가 됐다.
처음부터 축구계에서 일했던 것도 아니고 선수나 감독 출신도 아니다. 먼저 성공한 곳은 스포츠가 아닌 미국의 헬스케어 IT 산업이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태어난 사업가는 어떻게 세계 축구에서 주목받는 구단주가 됐을까.
미셸 강은 누구인가
미셸 강(Michele Kang)은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 사업가다. 대학 진학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 시카고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했고, 이후 예일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녀가 처음 이름을 알린 분야는 스포츠가 아니라 헬스케어와 정보기술이었다.
사업가로 성공한 뒤 축구에 투자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미국 워싱턴 스피릿, 프랑스 OL 리옹네스, 잉글랜드 런던 시티 라이어니스의 다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포브스가 2026년 9월 4일 집계한 실시간 순자산은 약 11억 달러다.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사업가로 성공한 뒤 세계 축구의 구단주가 됐다는 것만으로도 흔치 않은 이력이다.
축구팀을 살 수 있는 돈은 어디서 벌었을까
사업 성공에서 빼놓을 수 없는 회사가 코그노산테(Cognosante)다.
2008년 설립된 코그노산테는 미국 연방정부를 대상으로 의료·보건 분야의 디지털 전환과 클라우드 현대화, 정보기술 서비스를 제공하며 성장했다.
연방정부 기관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재향군인과 현역 군인, 환자와 의료기관 등을 지원하는 보건 시스템에도 기술 서비스를 제공했다.
사업을 시작한 과정도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포브스에 따르면 2008년 메릴랜드 자택 차고 위 작은 사무실에서 회사를 시작했고, 초기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노스럽 그러먼 주식 약 70만 달러어치를 직접 팔았다.
회사는 이후 빠르게 성장했고, 그녀 역시 미국 헬스케어 IT 업계의 성공한 기업가로 자리 잡았다.
2024년에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 액센츄어의 미국 연방정부 사업 부문인 Accenture Federal Services가 코그노산테를 인수했다. 포브스는 당시 매각 규모를 10억 달러 이상으로 전했다.
축구로 돈을 번 사람이 구단을 산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산업에서 성공한 뒤 스포츠 사업에 들어온 셈이다.
처음부터 축구에 빠져 있던 사람은 아니었다
축구와의 인연은 의외의 계기로 시작됐다.
2019년 미국 여자대표팀의 여자 월드컵 우승 이후 워싱턴에서 열린 행사에서 워싱턴 스피릿 관계자들을 만난 것이 출발점이었다.
당시에는 미국 여자 프로축구리그 NWSL에 대해 거의 알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성 선수들을 지원한다는 취지에 관심을 가지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결국 2020년 약 200만 달러를 투자해 워싱턴 스피릿 지분 35%를 확보했다. 처음부터 여러 나라의 축구팀을 소유하는 구단주가 되겠다는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투자는 이후 그녀의 활동 무대를 스포츠로 크게 넓혀놓았다.
첫 번째 구단, 워싱턴 스피릿

본격적인 시작은 미국 여자 프로축구 NWSL의 워싱턴 스피릿이었다.
투자자로 참여한 뒤 워싱턴 스피릿은 2021년 NWSL 챔피언에 올랐다. 다만 이 우승은 현재와 같은 지배주주 체제가 만들어지기 전의 성과다.
이후 2022년 약 3,500만 달러를 들여 구단의 지배권을 확보했다. 당시 NWSL 구단 거래로는 기록적인 규모였으며, NWSL 구단의 다수 지분을 보유한 최초의 유색인종 여성이 됐다.
한때 500만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던 NWSL 구단 가치와 비교하면 상당히 공격적인 투자였다. 하지만 이후 워싱턴 스피릿의 가치가 크게 오르면서 당시 선택도 새롭게 평가받게 됐다. 포브스는 2025년 구단 가치를 약 1억3천만 달러로 추산했다.
여기서 끝났다면 미국 여자축구 구단주 가운데 한 명으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워싱턴에서 시작된 투자는 곧 유럽으로 향했다.
프랑스와 영국으로 이어진 구단 인수
다음으로 눈을 돌린 곳은 세계 여자축구의 중심인 유럽이었다.
프랑스에서는 여자축구 최고의 명문 가운데 하나인 OL 리옹네스의 다수 지분을 확보했다.
과거 올랭피크 리옹 페미냉으로 불렸던 이 팀은 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에서 여러 차례 정상에 오른 유럽 여자축구의 대표적인 강호다.
2024년 2월 당시 OL 그룹이 보유하던 여자팀의 다수 지분이 미셸 강에게 매각됐고, 이후 남자팀과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2025년에는 구단명을 OL 리옹네스로 변경했다.
영국에서는 런던 시티 라이어니스를 선택했다.
2023년 12월 당시 잉글랜드 여자 2부리그 소속이던 구단을 인수한 뒤 선수단과 훈련 환경 등에 투자를 확대했다.
성과도 따라왔다.
런던 시티 라이어니스는 2024-25시즌 여자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잉글랜드 여자 최상위리그인 WSL 승격에 성공했다. 남자팀을 두지 않은 독립 여자축구 구단이 WSL로 승격한 첫 사례이기도 했다.
축구 투자가 미국과 프랑스, 영국을 잇는 형태로 확대된 것이다.
구단을 사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그녀가 보여준 방향은 단순히 유명한 축구팀을 여러 개 보유하는 것과는 조금 달랐다.
선수 영입뿐 아니라 훈련 시설과 선수 관리, 데이터 분석, 스포츠 과학처럼 구단이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기반에도 투자를 늘렸다.
이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2024년 여자축구에 특화된 글로벌 멀티클럽 조직 키니스카(Kynisca)를 출범시켰다.
워싱턴 스피릿과 OL 리옹네스, 런던 시티 라이어니스를 중심으로 여자축구에 전문적인 자본과 인프라를 투입하고, 스포츠 과학과 선수 육성 분야까지 함께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여성 선수의 특성에 맞는 훈련 방법과 부상 예방, 경기력 향상을 연구하는 스포츠 과학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 키니스카 이노베이션 허브도 만들었다.
미국축구협회에는 여성·여자 축구 프로그램을 위해 5년에 걸쳐 3,0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선수뿐 아니라 코치와 심판, 유소년 선수의 기회를 확대하는 데 사용되는 투자다.
이런 행보를 보면 여자축구를 단순한 자선사업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그녀는 여자축구가 충분한 투자와 전문적인 운영을 갖춘다면 상업적으로도 경쟁력 있는 스포츠 사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그리고 올랭피크 리옹까지

축구 이야기는 여자축구에서 끝나지 않았다.
2026년에는 프랑스 명문 남자축구 구단 올랭피크 리옹을 보유한 그룹의 지배주주가 됐다.
2026년 6월 30일 기준 미셸 강이 지배하는 Olympe Bidco는 Eagle Football Group(옛 OL Groupe) 지분 87.78%와 의결권 91.46%를 보유하고 있다. 이 그룹은 남자 프로축구팀 올랭피크 리옹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6월 26일부터 그룹의 경영도 맡고 있다. 이에 따라 여자축구에서 시작한 구단 운영 경험이 이제 유럽 남자축구의 명문 구단으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다만 남자팀 올랭피크 리옹과 여자팀 OL 리옹네스는 현재 운영 구조가 다르다.
OL 리옹네스는 2024년 기존 그룹에서 다수 지분이 매각된 이후 별도로 운영되고 있고, 남자팀 올랭피크 리옹은 Eagle Football Group 안에 속해 있다.
여자축구에 처음 투자했던 사업가가 이제 프랑스를 대표하는 남자 프로축구 구단의 경영까지 맡게 된 것이다.
사업가에서 축구 구단주로
미셸 강의 이야기가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억만장자가 축구팀을 여러 개 샀기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가 헬스케어 IT 기업을 세웠고, 사업가로 성공한 뒤 우연한 계기로 여자축구를 접했다.
워싱턴 스피릿에서 시작한 투자는 프랑스와 영국으로 이어졌고, 이후 여자축구를 위한 글로벌 멀티클럽 조직까지 만들어냈다. 이제는 올랭피크 리옹을 보유한 그룹의 경영도 맡고 있다.
처음부터 축구계에서 성장한 사람도 아니었고 선수나 감독 출신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세계 여자축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구단주 가운데 한 명으로 자리 잡았고, 이제는 유럽 남자축구에서도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
축구를 잘 알지 못했던 한국계 사업가가 이제는 세계 축구에서 주목받는 구단주가 됐다. 미셸 강의 이야기가 다른 구단주들과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