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선발투수의 평균자책점 ERA FIP xERA 분석 이미지

야구 경기에서 선발투수의 평균자책점 이해하기

2026-09-28

야구 경기를 볼 때 선발투수의 평균자책점은 가장 먼저 확인하게 되는 기록 중 하나입니다. 2점대라면 좋은 성적이라는 인상을 받고, 숫자가 높아질수록 최근 투구가 좋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평균자책점은 실제로 중요한 기록입니다. 다만 같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두 투수가 같은 방식으로 그 숫자를 만들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한 투수는 삼진을 많이 잡고 볼넷도 거의 내주지 않았지만 몇 차례 집중타를 허용했을 수 있습니다. 다른 투수는 여러 주자를 내보내고도 병살타와 수비 도움으로 위기를 넘겼을 수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남은 평균자책점은 비슷해도 마운드에서 벌어진 과정은 꽤 다를 수 있습니다.

평균자책점은 무엇을 보여주는 숫자일까요?

평균자책점은 ERA(Earned Run Average)라고 하며, 투수가 허용한 자책점을 9이닝 기준으로 환산한 기록입니다.

ERA가 3.00이라면 기록상 9이닝당 평균 3점의 자책점을 허용했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자책점입니다.

투수가 등판해 있는 동안 나온 모든 실점이 평균자책점에 포함되는 것은 아닙니다. 수비 실책 등의 영향으로 비자책점으로 처리된 실점은 ERA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덕분에 ERA를 보면 선발투수가 실제로 어느 정도의 자책점을 허용했는지 빠르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평균자책점은 얼마나 많은 자책점을 허용했는지는 잘 보여줍니다. 다만 그 점수가 어떤 과정에서 나왔는지까지 모두 보여주는 숫자는 아닙니다.

ERA를 조금 더 깊게 볼 때는 바로 이 차이에서 출발하면 됩니다.

실책이 없어도 수비의 영향은 남습니다

야구 투수 기록에 영향을 주는 수비 범위와 타구 결과 비교

비자책점은 ERA에서 빠지기 때문에 평균자책점이 수비 영향을 상당 부분 걸러낸 기록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실제 경기는 조금 다릅니다.

외야수가 어려운 타구를 끝까지 따라가 잡아내면 아웃이 됩니다. 비슷한 타구가 수비수 사이에 떨어지면 안타가 됩니다. 두 장면 모두 공식 기록상 실책은 없을 수 있습니다.

내야에서도 빠른 땅볼을 좋은 수비로 걷어내면 아웃이지만, 수비 범위를 조금만 벗어나면 안타가 될 수 있습니다.

공이 타자의 배트에 맞은 뒤에는 투구뿐 아니라 타구의 강도와 방향, 수비 위치와 수비 능력도 결과에 관여합니다.

타자를 볼 때도 비슷한 일이 생깁니다.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면 아웃이 되고, 빗맞은 타구가 수비 사이에 떨어져 안타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차이는 야구에서 타율과 타구 내용을 함께 보는 이유에서도 자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투수도 마찬가지입니다. 허용 안타가 몇 개인지만 보기보다 어떤 타구를 허용했는지까지 확인하면 마운드에서의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같은 안타 3개라도 실점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안타를 몇 개 허용했는지만큼 언제 허용했는지도 중요합니다.

두 투수가 똑같이 단타 2개와 2루타 1개를 허용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투구 과정경기에서 일어난 일
투수 A한 이닝에 단타 → 단타 → 2루타가 이어지며 실점
투수 B단타와 2루타가 여러 이닝에 나뉘어 나오고 후속 타자를 잡아 무실점

허용한 안타의 종류와 개수는 같습니다. 그러나 점수판에 남는 결과는 다릅니다.

안타와 볼넷이 한 이닝에 몰리면 베이스에 주자가 쌓이면서 실점 가능성이 커집니다. 반대로 비슷한 출루를 허용해도 여러 이닝에 흩어지면 점수를 내주지 않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평균자책점이 낮다고 해서 매 이닝 주자를 완벽하게 억제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반대로 ERA가 높다고 해서 경기 내내 계속 흔들렸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몇 점을 내줬는지와 그 점수가 어떤 과정에서 나왔는지는 서로 다른 정보입니다.

이 차이를 알고 있으면 같은 ERA를 가진 투수의 기록도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선발이 내려간 뒤 자책점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선발투수 교체 후 승계주자가 득점해 자책점이 늘어나는 상황

평균자책점에서 의외로 놓치기 쉬운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선발투수가 6회 1사 1·2루에서 마운드를 내려갔다고 해보겠습니다.

뒤이어 등판한 구원투수가 2루타를 허용해 기존 주자 두 명이 모두 홈에 들어오면, 주자를 내보낸 책임은 앞선 선발투수에게 있습니다. 해당 실점이 자책점으로 인정되는 상황이라면 선발투수의 기록에 추가됩니다.

반대로 구원투수가 후속 타자를 막아 두 주자를 그대로 남겨두면 선발투수에게 추가 실점은 없습니다.

선발투수는 이미 마운드에서 내려왔지만 자신이 남긴 주자의 결과에 따라 최종 기록이 달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경기 후에 표시된 6이닝 2실점 같은 숫자만 봐서는 선발이 어떤 상황에서 교체됐는지 알 수 없습니다.

주자가 없는 상태에서 이닝을 끝내고 내려간 6이닝 2실점과, 주자 두 명을 남겨놓고 내려간 뒤 구원투수가 막아준 6이닝 2실점은 숫자는 같지만 마지막 상황은 다릅니다.

이런 부분은 경기 기록표만 빠르게 확인할 때 쉽게 놓칠 수 있습니다.

삼진·볼넷·홈런을 따로 보는 이유

여기까지 이해하면 선발투수 분석에서 ERA와 함께 삼진과 볼넷을 확인하는 이유도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삼진은 수비수가 타구를 처리할 필요 없이 투수가 타자를 아웃시킨 결과입니다.

볼넷은 반대입니다. 타구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주자가 출루합니다. 볼넷이 반복되면 주자가 쌓일 뿐 아니라 투구 수도 빠르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홈런은 또 성격이 다릅니다. 일반적인 인플레이 타구는 수비가 아웃으로 바꿀 가능성이 있지만, 담장을 넘어간 타구는 수비가 처리할 수 없습니다. 주자가 있다면 한 번의 홈런으로 여러 점을 내줄 수도 있습니다. 같은 뜬공이라도 야구장 구조와 구장 환경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ERA 옆에 이런 기록들을 함께 두면 투수가 어떤 방식으로 실점을 억제했는지 조금 더 잘 보입니다.

기록무엇을 보여주나요?
ERA실제로 허용한 자책점
삼진타구를 허용하지 않고 직접 만든 아웃
볼넷타구 없이 허용한 출루
홈런수비가 막을 수 없는 직접적인 장타 허용
FIP삼진·볼넷·사구·홈런을 중심으로 다시 본 투구 내용

여기에서 ERA와 함께 자주 등장하는 기록이 FIP입니다.

FIP는 ERA의 대체재가 아닙니다

FIP(Fielding Independent Pitching)는 삼진, 볼넷, 몸에 맞는 공, 홈런처럼 투수가 비교적 직접 관여하는 결과를 중심으로 구성한 지표입니다.

ERA와 비슷한 숫자 범위로 표현되기 때문에 두 기록을 나란히 놓고 보기 편합니다.

예를 들어 ERA는 2점대인데 FIP가 그보다 상당히 높다고 해보겠습니다.

이때 곧바로 “운이 좋았던 투수”라고 결론 내릴 필요는 없습니다. 먼저 두 숫자가 왜 벌어졌는지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삼진이 적지는 않았는지, 볼넷을 많이 허용하지 않았는지, 홈런이 많지는 않았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된 타구가 실제 경기에서 얼마나 아웃으로 처리됐는지도 함께 생각해볼 만합니다.

ERA가 FIP보다 높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FIP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다음 등판에서 평균자책점이 반드시 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FIP에도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강한 라인드라이브를 반복해서 허용하는 투수와 약한 땅볼을 많이 만들어내는 투수가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두 투수의 삼진·볼넷·홈런 기록이 비슷하다면 FIP만으로는 이런 타구 차이를 충분히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즉 FIP는 ERA보다 우월한 정답이라기보다, ERA에서 보이지 않는 부분을 다른 방향에서 확인하게 해주는 기록에 가깝습니다.

ERA와 FIP가 다를 때 중요한 것은 어느 숫자가 맞는지를 고르는 일이 아니라, 두 숫자가 왜 다르게 나타났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MLB의 xERA는 타구의 질까지 들여다봅니다

MLB에서는 Statcast 데이터를 이용해 타구 자체를 조금 더 깊게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지표가 xERA(Expected ERA)입니다.

xERA는 타구 속도와 발사각처럼 타자가 만들어낸 접촉의 질을 반영한 예상 결과를 ERA와 비슷한 형태로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이쯤 되면 ERA, FIP, xERA 가운데 어느 숫자를 봐야 하는지 헷갈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만 고를 필요는 없습니다.

기록가장 먼저 생각할 부분
ERA실제로 얼마나 많은 자책점을 허용했는가
FIP삼진·볼넷·사구·홈런은 어땠는가
xERA타구의 질까지 고려하면 내용이 어땠는가

세 기록은 같은 질문에 답하는 숫자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ERA는 낮은데 xERA가 높다면 실제 실점은 적었지만 강한 타구를 적지 않게 허용했는지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xERA만 보고 다음 경기의 결과를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세 기록의 숫자가 다르다면 그 차이가 어디에서 생겼는지 확인해볼 만합니다.

이렇게 접근하면 기록 하나를 정답처럼 받아들이는 것보다 선발투수의 투구 내용을 훨씬 입체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평균자책점이 낮다는 것과 투구 내용이 좋다는 것은 조금 다릅니다

선발투수가 최근 4경기에서 ERA 2.20을 기록했다고 해보겠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좋은 성적입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삼진이 크게 줄고 볼넷은 늘었으며 강한 타구를 계속 허용했다면, ERA 2.20이라는 숫자만으로 최근 마운드의 모습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ERA가 높더라도 한 경기에서 집중타를 허용해 수치가 크게 올라갔을 수 있습니다. 선발이 남겨둔 주자를 구원투수가 막지 못하면서 자책점이 추가됐을 수도 있습니다. 나머지 등판에서는 삼진과 볼넷 관리가 안정적이었는지도 따로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이런 기록만으로 다음 경기 결과까지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ERA보다 FIP가 낮다고 다음 등판에서 반드시 잘 던지는 것도 아니고, xERA가 좋다고 실점이 자동으로 줄어드는 것도 아닙니다.

여러 기록을 함께 보는 이유는 미래를 맞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까지 나온 성적이 어떤 투구에서 만들어졌는지 이해하기 위해서입니다.

MLB와 KBO, NPB처럼 서로 다른 리그의 투수를 비교할 때도 같은 ERA 숫자를 그대로 같은 수준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리그마다 득점 환경이 다르고, 같은 리그 안에서도 시즌에 따라 투고타저와 타고투저의 흐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평균자책점은 선발투수를 볼 때 매우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다만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삼진과 볼넷, 홈런, 허용한 타구, 좌우 상대 성적, FIP 같은 기록을 한두 단계 더 확인하면 ERA 숫자가 만들어진 배경까지 보이기 시작합니다.

ERA는 얼마나 많은 자책점을 허용했는지를 보여줍니다.
다른 기록은 그 자책점이 어떤 투구 과정에서 만들어졌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 차이를 알고 야구 경기 분석을 읽으면 ERA 3.20이라는 숫자도 단순히 ‘좋다’ 또는 ‘나쁘다’로만 보이지 않습니다. 같은 3.20이라도 어떤 투수가 어떤 과정을 거쳐 그 숫자에 도달했는지 한 번 더 살펴볼 수 있습니다.

매치필드 분석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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